PARKK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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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방식으로 시선을 고정해야 하는 건지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생각한 모든 것은 내 자신을 적셔버리기만 했다. 한참을 젖어있던 나는 아침이 되면 마른다. 마르고 남은 것은 한심뿐이다. 수도꼭지를 잠구자. 가스벨브를 확인하는 것처럼 남김 없이 잠궈주어야 한다. 내가 적셔질 때 너는 밤에 너를 묻는다. 내가 낮일 때, 너는 여름 바람처럼 날아간다. 덥지만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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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6 02:47

늦은 밤의 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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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히고 굽혀서 내가 더 수그러질 때까지 굽히자.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마음으로 건네자.

내가 잠들때까지 있어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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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각자의 슬픔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깊은 호흡을 하는 사람, 멈춰 버린 사람, 저마다 고유의 휘적임을 보여줬다.

얼마나 건너 왔을까? 출발지가 아득하기만 하다.

애초부터 못 건널지도 몰라. 멈출지도 몰라.

오늘도 누군가는 물속 깊은 곳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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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에 남아 있던것은 빽빽하게 들어선 자기방어와 연민 뿐 이었다. 스스로를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은 차갑게 굳혀진다. 이 굳혀지는 현상을 말로 표현한다면 아마 그건 '버스비도 택시비도 있지만 가고 싶은 곳은 없다네' 일것이다.

슬픔은 부끄러울까? 부끄러운것이 슬픔인가? 
다들 열심히 목적지행 티켓을 산다.
귀찮을지 모르니 티켓은 버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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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8 09:53

친애하는 수학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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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요.
미스터 브룩스는 영수증을 건네며 내게 싱긋 웃었다.
그의 미소에는 아직 잔잔한 은빛 티스푼이 머물고 있다.
나는 다시 시간을 체크 하고, 그를 올려다 본다.
티스푼이 바닥에 떨어졌다.

영수증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
친애하는 수학에게! 젊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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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1 16:50

하마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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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271.PNGIMG_2270.PNG 네이버 검색창에 하마터면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인 '함바트면'이 나온다. 그리고 이 함마트면(왜 함바트면일까? 어떻게 해야 저렇게 들릴까) 을 누르면 연관검색어에 또다시 '한바트면'이 나온다. 그럼 한바트면 검색창에 다시 한바트면으로 검색하냐고 묻는 안내문이 뜬다. 계속해서 잘못된 오류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되묻는 구조는 마치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상황을 보여준다. 

원래의 글을 쓰려던 목적은 이것이 아니었지만 제목을 하마터면이라고 작성한 후에 나는 잠시 아, 하지만 내가 제대로 된 단어를 쓰고 있는 것일까-생각했고 그것에 대한 의구심은 천천히 나의 손가락을 네이버로 향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렇게 '버뮤다 트면' 지대로 빠져버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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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19:38

꿈동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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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꿈동산에 올랐다. 위에서 내려다본 아래는 먼지가 자욱했다. 그 먼지는 약간의 다이아몬드와 고춧가루 그리고 한 방울의 레몬즙이 섞인 먼지일 것이 분명했다. 먼지는 기류를 타고 계속 흘러가는 듯 했다. 파도를 보는 듯, 이 출렁이는 먼지들은 쉴 새 없이 조잘거렸다.
 먼지가 쌓이는 곳에는 늘 나쁜 시선들이 가득했다. 다이아몬드의 영롱한 반짝임 사이로 새어나오는 나쁜 시선들은 서로를 견주기 바빴다. 그 시선들로 인해 다이아몬드는 더욱더 번쩍거리는 듯 했고, 더욱더 단단해졌다. 
 이 다이아몬드 더미를 지나면 50미터의 높이로 구성된 장벽길이 있는데 이 장벽은 마치 스펀지처럼 말랑거렸고, 구수한 빵 냄새를 풍겼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장벽에 몸을 비비적거리며 얼굴을 파묻었다. 가끔 질식사하여 그대로 박혀 있는 사람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 뒷모습은 왜인지 모르게 콘크리트 냄새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굳혀져 있는 사람을 가끔 장작의 연료로 쓰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장작개비라고 부르기로 했다. 장작개비들은 연소될 때 ma+2라는 물질을 발생시켰다. ma+2는 일종의 환각 따위의 것들을 보여주곤 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작개비들이 태워지는 곳에는 늘 사람들이 함께했다. 그들은 어제의 친구가 타는 것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장작개비들은 암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매매되기도 했다. 그래서 장작개비들이 온전하게 타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번은 누군가 멀쩡한 사람을 억지로 장벽에 밀어 넣는 것을 본적도 있었다. 나는 그 이후부터 연민이라는 것을 지워버리기로 했다.
 공기 중에 합류한 ma+2는 약간을 맴돌다가 사라졌지만 간혹 먼지들과 섞여 기류를 다시금 타기도 했다. 가끔 숨을 들여 마시면 머리가 띵하기도 했는데 아마 이런 이유에서 시작하는 두통일지도 모른다.  
 조잘거리는 먼지조각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었다. 이 먼지들은 사람의 입에서 나와 떠돌다 뭉쳐버린 현상덩어리들이다. 이 현상들을 어떻게 이야기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나는 이 것들을 ‘대화’라고 부르기로 했다. 자신의 존재가 소진 될 때까지 열심히 소리를 내던 대화들은 그렇게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했다. 운이 좋다면 하루에 괜찮은 대화를 두어 번 발견하기도 했는데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대화는 “죽어버려”였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과연 죽기라도 했을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장작개비로 전락했을까? 다섯 번을 더 듣고 나니 대화는 어느덧 미미하게 조용해지더니 곧 사라져버렸다. 마지막까지 증오스러운 말이라니, 이건정말 슬픈 인생의 연속일 것이다. 
 여기서 더 이상 있는 것은 무의미 하다. 나는 무의미함만을 가지고 살아왔다. 어디로 흘러가든 비슷비슷하다. 나는 이제 몸을 던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한 말은 당신 곁에서 맴돌 것이다. 무슨 말을 던져야 할지 모르겠군.
“늦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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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4 00:05

4개의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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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물은 혹을 녹여버렸다.

바다는 혹을 없애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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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4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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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ldiv_146843847400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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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30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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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도  본 적 없는 숨은 그 자리에서 태어난다.

나는 그 숨인걸 알아채고는  그 자리에서 묶어둔다. 

사실 흔적 없는 숨이다. 그걸 알면서도 불구하고 묶어 놓았다. 

너는 한 숨 돌릴 새도 없이 가버린다. 

미련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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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4 02:42

가만히 놓여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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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껑을 잘 닫아야 해.  그래야 물이 쏟아지지 않거든. 

컵에 물은 적당히 따라야 해. 그래야 넘치지 않으니까.  

 뚜껑은 잃어버린지 오래였고,  컵의 물도 넘쳐버린걸.  나는 뚜껑 없는 사나이야.  나는 왕뚜껑을 좋아했지만 이젠 뚜껑없는 사나이가 되었으니 왕뚜껑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을거야. 

범람한 물은 발목까지 차올랐어.  이제 갈 곳은 없을거야. 

내가 건너기 전에 마지막으로 볼 것은 잃어버린 뚜껑일까? 아니면 넘쳐버린 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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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매일 겁내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


두루마리 휴지를 훌훌 풀어버리자. 마지막 심이 남을 때까지. 

그리고는 다시 예쁘게 말아야해.

다시 예쁘게 말 수 있을까? 나는 그 각도를 유지할수가 없어.


말이 아픈 사람. 입이 할 수 없는 것.

말이 없는 시.


나는 어쩐지 계속 이상한 마음에 빠지고 말아.

너의 등을 두드려 보았을 때, 왜인지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손잡이.


나는 미움을 머금고 살아.


살까.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27개의 딜레마




왜인지 또 반복하게되는 발걸음.

누구는 그것을 곤란하다고 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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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8 14:33

흔들 거렸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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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허울을 끌어다 울타리를 쳐 놓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늘어져 있던 건 다름아닌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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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어린 나는 너무도 미숙했기 때문이야.
어쩌면 나쁜 꿈을 꾸었던 것이 아닐까? 상상을 곧 잘 했던 내가,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만들어냈던 것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속였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나쁜 기억은 어느정도 잊혀졌다. 기억이 가라앉았던 것일까?  아니면 내 자신의 방어가 제법 잘 통했던 것일까,

가끔 그 가라앉았던 '상상(이었으면 좋았을 여러가지의 기억 조각들)'이 수면위로 올라 올 때면 나는 여김없이 그때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연신 까먹어버리는 연습을 두어번 해야만 한다.

모두들 그럴까? 나는 멈춰버린 시간들을 붙잡고는 한참동안이나 나를 탓했다. 사실 탓해야 달라지는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면서도. 

간사하다.  내가 간사하고 너도 간사하다. 간사는 다 쓰레기통에 넣고 감사만 가지고 있자.

창피한 일이다. 시간이 가도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내 흔적들을 들쑤시기 바쁜 것이 아닐까? 

불신. 아주작은 불신이라도 손끝을 스치기만 하면 활활 탄다. 사실 나는 너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야.  나를 믿지 못할 뿐이지.

가끔 이런 '까먹어버리기'의 연습을 잘 하지 못하면 되려 '책임 덮어씌우기'가 되버리고 만다. 다 너때문이야.처럼  시팔 무슨 너때문이냐고, 전부 나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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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7 17:47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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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6라고 결정한 순간부터 나는 멈춰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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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34분이고 마지막 열차는 48분이야. 약 15분 정도의 시간이 있는거야. 

4분을 날리고 결국 나는 고민하다가 시간을 넘기고 말았어.  마치 깜빡거리는 초록색 신호등을 앞둔 보행자와 같듯이.

쓸모없는 것들. 손톱깎이로 깎여 나가떨어져버리는 죽은 단백질들. 시체.

다들 뭐가 그렇게 필사적일까?  그렇기에 불안해져  다신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왜 그렇게 모두의 눈엔 남의 인생이 비춰 보이는지 말이야. 가상의 화면은 없애야해. 우리 진짜 서로를 보자.

진짜 서로를 마주하기. 사실 가짜는 없지만서도. 


가짜는 뭘까?  진짜라는것을 더욱더 높이 사기위한 뒷받침의 단어. 


정신없는 2주일. 날려버린 시간을.  화면에 소비한 시간들. 밀어둔 계획들.


반송과 미뤄진 게시물들.  설치되지 못한 (아마도 '할'이 될지도 모르는 아직 무언의 설정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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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람바가 죽었다.

몇 주 전부터 내심 짐작하고 있었던 죽음이었다.

카람쥐가 죽었을 때에는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었다. 묻어주지도 못해 그것마저 엄마를 시켰었다. 어쩌면 익숙함일까, 나는 카람바를 묻어주고 왔다. 좋아하던 먹이와 솜을 싸서 차가운 흙바닥에 묻었다.

이렇게나 작은 아이가 들어가야 하는 공간이, 그 땅이 너무나도 딱딱하고 차가워서, 나는 죄책감이 들었다. 이렇게 묻어도 되는 걸까 하고,

죽었음이 틀림없지만, 엄마에게도 다시 물어봤다. 같은 대답이다. 엄마에게 삽을 달라고 했다. 이제는 내가 묻어 줄 수 있어.

이것은 죽음에 대해 익숙해진 현상일까? 아니면 직접 묻지 못했던 카람쥐에 대한 미안함 이었을까,

어젯밤부터 카람바는 많이 아팠다. 드라이기 바람을 시간차대로 쐬어주고 억지도 꿀물까지 먹였다. 그렇게도 좋아하는 밀웜을 눈앞에 가져다 줘도 먹지 못했다. 자는 중간 중간 눈이 떠질 때마다 나는 죽었는지 체크를 해야만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카람바를 확인했다. 힘겨워 보였다. 이불속으로 데려와 조금 재웠다. 내 체온이 조금이라도 더 닿았으면 했다. 십 여분이 지났을까? 괜찮아진 건지 녀석은 내 손밖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곤 춥지 않게 목화솜으로 잘 쌓아서 은신처에 넣어줬다. 작업실로 나서기 전 더욱더 발걸음이 무거웠다. 퇴근 후 돌아보면 왜인지 죽어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문 밖을 나오기 전, 몇 번이고 그 아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딱딱했다. 그렇게나 부드럽고 말랑했던 찹쌀떡같은 아이의 마지막 모습은 더없이 딱딱했다.

허무했다. 어느 날 갑자기 덜컥, 내 손에 맡겨진 두 햄스터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어렵다. 책임이라는 것. 그리고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들은 항상 모든 것이 끝나고 몰려온다. 사실 알면서도, 그래 더 잘해 줄 수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뤄왔는지도 몰라. 커다란 성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내 방만한 크기의 성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결국 하지 못했어. 카람바는 마지막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프다고 했을까? 나를 원망하진 않았을까? 나가지 말아달라고 했을까? 마지막까지 옆에 있어달라고 하진 않았을까?

내심 한편으로는 후련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일까? 어처구니가 없다. 죽는다는 것은 너무 허무해.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없어서 왜인지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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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ㄴ 2016.04.19 02:29
    잘해줬잖아..그리고 아직 카람바는 살아있어 너의 추억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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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너도 그럴거잖아. 라고 대답인척 행세하는 질문을 던져버리고는  이불을 덮었다. 사실 무슨 말을 하든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나는  슬픔에 빠지고 싶었으니까. 나는 지금 부터 7시간 동안 슬픔에 잠길거야. 라는 각오로 열심히 슬퍼함에 임했다. 슬픔에 잠겨야 할 때의 나는 가장먼저 나를 동정했다. 그래. 이건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야. 그러면 여김없이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이것은 내가 슬퍼질 수 있다는 신호탄이다. 첫번째 방아쇠가 당겨졌다면 그 다음은 연발하기 쉬워진다.  총 맞은 고라니가 비틀거린다. 아마 멀리 못가고 주저 앉아버리겠지.




아마 과분함일거다.  아침이 밝아와서야 정신을 차렸다.  간밤의 슬픔은 되지도 않는 사치엿노라 생각했다. 나는 슬픔을 사는 사람이었다.  필요에 의해 나는 슬픔을 구매한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만약 그 행위에 대해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슬픔쥐어짜내기'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나를 보는 것이 가끔 이처럼 부끄럽다. 그리고 이것을 말함으로써 부끄러움을 조금 덜어내고 싶다. 언제까지 이 쥐어짜내기를 해야하는지. 내가 해야 할 것은 머리짜내기로 충분함에도 불구하고말이야.



한참동안의 침묵이 맴돌았다. 그가 의미없는 말들을 깨울 때마다 나는 재빨리 잠재우기 바빴다. 어쩌라는 거지 나는? 구제불능이군. 나는 정말 최악이야.




밝았다. 해도 밝았고 여전히 너도 밝았다. 나는 밝아지기 위해  가슴에 빛을 새겼는데도 너보다 밝아지지 못했다.




마치 술에 취한 것 같은 슬픔에 취한 밤 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왜 슬픔에 빠졌는지 기억 할 수가 없었다.  네가 한 말은 나를 슬픔에 빠지게 할만한 말들이 아니었다. 어제 마신 슬픔들이 역겨웠고  부끄러웠다.  목구멍에 손이라도 넣어서 토해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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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김없이 겨울에서 도망치고 있었을까? 


집을 나서기로 했다. 역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역에는 놀이동산에서 본 듯한 일렬로 늘어진 바리게이트가 갑자기 놓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노상으로 물건을 판매하던 상인들을 어찌해야할까 고민하다가 만들어진 해결책이겠지, 하고 5초동안 마음대로 상상해 버렸다.

 사람들의 발폭은  왜인지 좁아진 것 같기도, 되려 넓어진 것 같기도 했다. 그 좁은 길의 양옆으로 항상 즐비하게 늘어져있던 상인들의 물건들도 대폭 줄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옥의 쇠창살 같은 바리게이트때문인지 오늘따라 상인들의 모습은 나의 눈에서 죄인으로 읽히는 듯 했다. 불쌍함과 동정을 딛어 따지려고 한다면 야박한 사람은 지하철 관계자일것이고, 규칙과 준수를 따지려고 한다면 다시 화살은 불법으로 물건을 파는 상인들에게 돌아간다. 역무원, 공익근무요원들에게도 더 이상의 '언어로써' 오고가는 제지는 서로가 힘들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바리게이트는 일종의 '메크로'(게임에서 쓰이는 의미대로의)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일종의 소리 없는 마지막 통보일까, 그들은 서로가 곤란해 하는 것 같았고 그 길을 걷는 나도 왜 인지 곤란해졌다. 이제 앞으로 나는 지하철에 갈 때마다 곤란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한번도 사 본적은 없었다.  필요한 물건이 눈에 띄인적이 없었기 때문이지. 별다른 이유는 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이전에도 종종 곤란해 했다. 그 상인들이 나를보는 시선이 그랬다. 어떻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나와 똑같은 '5초의 상상에서 바라보기'의 시각이었을거다. 조금 더 뒷 일이나 짜임새있는 상상을 하려다가 그만 멈추고 말았다. 그 다음 소재의 상상을 준비해버렸기 때문이다. 나의 말에는 항상 혹은 대게로 두서가 없다. 말을 함과 동시에 이미 다음 주제로 넘어 가 버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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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춰있던 장소를 찾았다. 그 장소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모습, 급하게 도망치고 말았던 그 모습이었다.

두려움에 앞서 나는 또다시 도망치는 마음을 먹었다. 이것을 두려움이라고 쓰고 게으름이라고 이해해야 될까. 하루에 3번 뒤틀리고 2번 엎어지는 기분이다. 한 번씩 뒤틀릴때마다 시간은 자꾸 지체되기만 한다. 한 번씩 엎어질 때마다 마음은 조급해지기만 한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모든 것을 관둬버리고 싶다.  생각하기가 싫어졌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모든것들이 낯설고 부정적이게만 느껴진다. 주기적으로 나는 매번 새로운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나는 계속 다른 사람을 흉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를 잊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도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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